다문화가족 인형극단 ‘색동나무’ 단원
조빙빙, 위윗 울란다라의 광양 적응기

구직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시대.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청년들. 안정된 것을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일을 찾고 싶은 청년들. 광양에는 어떤 청년들이 살고 있을까?

광양시민신문이 창간 13주년을 맞아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가냥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다문화 여성들은 자신의 문화와 가치관을 가지고 한국에 뿌리를 내려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문화 충돌, 사회적 배타, 언어 장벽 등은 다문화 여성이 겪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빙빙(39) 씨와 위윗 울란다라(43) 씨도 n년차 가냥청년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다. 광양시가족센터를 통해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나봤다.

낯선 땅, 다른 언어
상상보다 더한 어려움

중국이 고향인 빙빙 씨는 벌써 광양살이 8년 차다. 지금은 한국어로 하는 소통에 익숙하지만, 처음에는 낯선 땅에서 적응조차 어려웠다. 두 아들을 키우며 집에서도 중국어를 사용했는데 큰아들은 5살까지도 말을 잘 못해 결국 언어치료를 받았다. 빙빙 씨는 이때를 계기로 한국어를 잘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후 광양시가족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차차 실력을 키웠다. 빙빙 씨의 노력과 더불어 큰아들도 점차 말이 늘었고 이제는 빙빙 씨보다 말을 더 잘하는 발랄한 아이가 됐다.

위윗 울란다라 씨는 5년차 광양살이 중이다. 포스코 파견 근무로 인도네시아에 온 남편과 사랑에 빠져 2015년 결혼식을 올렸다. 인도네시아에서 신혼 생활을 보내다 남편의 파견 근무가 끝났고 위윗 울란다라 씨는 남편과 함께 한국 땅을 밟게 됐다.

그녀는 여전히 한국말이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도네시아어를 잊고 싶지 않은 남편이 위윗 울란다라 씨와 인도네시아어로 대화하기 때문이다. 좀처럼 한국어가 늘지 않아 답답했던 그녀는 광양시가족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어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위윗 울란다라, 이숙자, 조빙빙 씨
왼쪽부터 위윗 울란다라, 이숙자, 조빙빙 씨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광양에서도 나의 직업 찾기

두 사람은 현재 다문화가족 인형극단 색동나무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형극에 필요한 인형도 만들고 목소리 녹음까지 참여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경로당 등 색동나무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전래놀이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색동나무 단장이자 두 사람의 멘토인 이숙자(58) 씨에게 세계 전래놀이지도사 실무를 배우고 있다. 이숙자 씨도 중국이 고향인 다문화 여성이지만 한국에서 24년을 보냈기에 빙빙 씨와 위윗 울란다라 씨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중국에서 회계사로 일했던 빙빙 씨는 청암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 후에는 사회복지사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또 광양시 외국어 명예통역관으로 활발히 활동하거나, 내년에는 광양시 외국어 SNS 기자단도 신청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종합병원에서 내과 간호사로 근무했던 위윗 울란다라 씨는 한국 문화 적응과 언어 실력을 더 키우려 한다. 마음 같아서는 한국에서도 간호사로 다시 일하고 싶지만, 지금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그래도 하나씩 헤쳐 나가는 재미가 위윗 울란다라 씨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빙빙 씨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인형극을 하는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뭐든 열심히 하고 싶다고 전했다.

위윗 울란다라 씨는 머리로는 한국어를 거의 다 알아듣는 편이지만 입으로는 여전히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라며 하루 빨리 언어의 벽을 허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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