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심대진 씨
숲을 구성하는 나무 같은 타이포그래피의 매력
웹소설, 유튜브, 방송 프로그램 등 다방면 작업

구직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시대.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하는 청년들. 안정된 것을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일을 찾고 싶은 청년들. 광양에는 어떤 청년들이 살고 있을까?

광양시민신문이 창간 13주년을 맞아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가냥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타이포그래피는 글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타이포와 이미지 표현 기술법을 뜻하는 그래피를 합한 것으로 글자를 사용한 디자인 예술을 뜻한다. 쉽게 말해 글자를 이용한 디자인이다.

글자의 조화, 모양, 배율 등 시각적인 이미지가 작품이나 제품 등의 첫인상을 결정하기에 타이포그래피 작가는 남다른 센스가 필요하다. 디자이너가 폰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심대진 씨는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다. 그는 타이포그래피에 처음 흥미를 느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대학교 2학년 전공 수업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접했을 때, 타이포그래피야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포그래피를 배울수록 그 매력은 끝도 없었다. 글자 하나하나가 공간을 차지하고,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게 다가왔다. 글자의 형태와 배치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작업도 흥미로웠다. 디자인을 숲으로 비유하자면 타이포그래피 작업은 숲을 구성하는 나무같았다.

절호의 기회로 디즈니플러스입성

본격적으로 타이포그래피 세계에 발을 딛기 전엔 폰트 제작 회사에 다녔다. 대진 씨는 회사에 다니며 글자와 더욱 가까워졌다.

그는 글자에 대한 애정으로 HU고구려 HU블랙홀 HU청춘불패 국립박물관문화재단전용서체(클래식) 등의 폰트를 만들었다.

폰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타일과 디자인을 계획하고, 콘텐츠를 확립하고, 각 글자의 윤곽선과 세부 특징을 그려내는 작업을 거친다. 만들어진 글자들은 크기와 간격, 정렬들이 일정해야 자연스럽다. 글자 간의 균형과 가독성도 중요하다. 이런 작업 과정은 대진 씨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큰 도움이 됐다.

퇴사 후엔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로 홀로서기 했다. 틈틈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의뢰받은 작업을 디자인하며 감을 쌓았다. 그러다 디즈니가 OTT서비스 디즈니플러스출시를 예정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에 스트리밍할 다양한 콘텐츠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를 공개 모집했다. 유튜브로 이 사실을 알게 된 대진 씨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이후 3개월 계약직으로 일하게 됐고 계약이 끝나고도 일이 계속 들어와 3년째 디즈니플러스 콘텐츠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의뢰를 받고 있다.

글자를 조각하는 조각가

대진 씨는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조각에 비유한다, 가공하기 전의 글자를 네모반듯한 블록이라고 생각하고, 돌을 깎듯 원하는 특징을 부여하며 디자인을 완성한다. 이제 눈 감고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곤 하지만 어려운 점이 없지는 않다.

타이포그래피 작업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다양한 글꼴과 디자인 요소를 조합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글자 간의 간격, 크기, 높이 등을 섬세하게 조정하고,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균형 있게 조합해야 한다. 글자 자체의 미학과 의미를 살려내는 것도 중요한데, 타이포그래피 작가는 상상력과 시각적 감각을 극대화해 작업에 임해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의 요구사항과 고객의 선호도를 고려하면서도 자신만의 창의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듯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완성한 대진 씨의 작업물은 의뢰인의 만족도가 높다. 디즈니플러스, 웹툰, 웹소설, 로고, 방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싶다.

대진 씨는 타이포그래피는 콘텐츠의 첫인상이라고 생각한다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에 대한 고민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들 같은 디자인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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